13.무의미한 존재는 없다 |
이상 거시세계와 미시세계가 프랙탈 구조로서 연속된다는 석가모니의 우주관을 현대적 시각으로 고찰해 보았는데, 이에 따르면 인간도 그리고 삼라만상 어느 하나도 무의미한 존재란 없다.
우리는 프랙탈 구조로서 무한히 연속되는 우주의 한가운데에 있다.
우리 몸 안의 미시세계에 살고 있을 존재들에게 우리는 무한히 거대한 존재이며, 우리의 시계가 매초 째깍거릴 때마다 미시세계에서는 무한의 시간이 흘러간다.
미시세계와 거시세계 사이에서의 시간의 흐름의 비는 대략 1 : (10의30승)이 될 것이므로, 우리의 시계로 1초 지나면 미시세계에서는 (10의 30승)초가 흘러가며 이것을 햇수로 환산하면 약 3백억조 년이 된다.
우리의 수명을 100년이라고 할 때 그 동안 미시세계에서 흘러가는 시간의 길이를 불경에서처럼 겁(=43억2천만 년)단위로 환산해 보면 물경 2백억 나유타 겁이 된다.
이제 독자 여러분들은 우주가 티끌이며 티끌 속에 우주가 있다는 것, 부처의 수명이 백천만억 나유타 겁이며 이 또한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, 그리고 나 자신이 바로 부처이며 내 속에 부처가 있고 또한 삼라만상이 불성을 지니고 있다고 가르치는 석가모니의 우주관을 보다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.
필자의 이 글은 결코 현대과학이 이룬 위대한 업적을 부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.
이제 맹목과 아집의 시대는 지나갔으며 인류는 열린 우주로 들어섰다.
종교와 과학은 대립하는 체계로 인식되어서는 아니 되며, 이제 인류는 바야흐로 종교와 과학이 한 점에서 만나는 시점에 도달하였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.
종교는 은둔에서 벗어나 과학적인 시각으로써 자신을 재조명해야 할 것이며, 과학은 옛 기록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그 속에 담겨진 지혜를 재발견해야 할 것이다.
이 글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우주를 바라보게끔 자극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.
[월간조선 1994년 3월호에 게재된 에세이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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